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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전화로 처방전 발행 지시…"의료법 위반 아냐"

대법원, 의사가 처방전 작성·교부 지시…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 판단,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인정한 원심판결 파기…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환송

작성일 : 2020-01-15 10:30 수정일 : 2020-01-15 10:31 작성자 : 메디컬코리아뉴스

 
ⓒ의협신문
 
"환자에게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해주세요"라고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발행을 지시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억울하다며 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A의사는 의료기관 밖에서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전에 처방받은 내용 그대로 처방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에 대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 처분을 내렸다. 자신이 부재중에 간호조무사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하고, 이후 자신이 원외처방내역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며 실제 실시하지 않은 진찰료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는 이유.


A의사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대전지방법원), 2심(대전고등법원) 재판부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1, 2심 재판부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A의사가 형사재판(청주지방법원)에서 선고유예(벌금 200만원) 판결(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죄)이 확정되고, 청주시장으로부터 업무정지 60일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2625만원)을 받은 사실을 고려할 때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사항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는 것일 뿐, A의사가 환자별로 처방할 약의 종류와 양을 특정하는 등 세부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따라서 처방받을 약의 종류와 양을 특정해 처방전을 발행한 사람은 A의사의 개괄적인 지시에 따라 종전의 진료기록을 참고해 처방전 작성 프로그램에 처방 약의 종류와 양을 입력한 간호조무사로 판단된다고 봤다.


A의사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의사인 원고가 전화로 지시해 간호조무사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나, 의사가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 내용은 특정됐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원고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설령 원고가 환자들과 직접 통화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작성·교부를 지시했더라도,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했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라고 봤다.



특히 "의사가 처방전의 내용을 결정해 작성·교부를 지시한 이상, 그러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행위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 작성·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대전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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