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법안

법률·법안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D-7, 현장은 문제 '산적'

임종기 구분 명확치 않고, 벌칙조항에다 법정 서식 작성도 많아 허대석 교수, "법이 너무 시시콜콜한 내용 포함…현장 잘 모른다" 지적

작성일 : 2018-01-29 08:50 작성자 : 메디컬코리아뉴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3개월 간 시범사업을 거친 연명의료 '중단' 결정제도가 오는 2월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그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 등을 통한 연명의료 중단 결정제도 시행이 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연명의료결정법'의 존재를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조차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연명의료결정법은 법안·시행령·시행규칙, 그리고 각종 서식 까지 합해 40페이지에 달하는 등 복잡하고, 법을 어길 시 3년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벌칙 조항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최근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이라는 책을 펴낸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만나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봤다.

허 교수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면 연명의료결정법은 좋은 제도라고 밝혔다. 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의료의 '중단'에도 큰 어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벌어지고, 특히 연명의료 '유보' 결정에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에서 나타날 수 있는 쟁점을 중심으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법 자체가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을 묶어놔 혼란
연명의료결정법은 2월 4일 시행 앞두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걱정이 많다.

왜냐하면 연명의료결정법에 해당되는 환자는 1년에 28만명이 사망하는데, 이 가운데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25만명이고, 그 중에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환자는 20만명이다.

다시 말해 하루에 500명이 사망하는 셈인데, 이들 모두가 연명의료결정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다.

4가지 질환만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까지 포함된 연명의료가 묶어지다보니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이 이것 때문에 걱정이 큰 것 같다.

'말기'와 '임종기'의 구분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호스피스 신청은 말기를 기준으로 하고,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에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대만 등에서는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말기로 통일해서 적용한다. 임상 현장에서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암 외의 만성질환 환자에게서 이것은 더더욱 어려운 탓에 이로 인한 혼선이 우려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보수적이고 제한적으로 입법을 했다. 그러다보니 대상 환자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다.
예를들어 암 이외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하루에도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는 반복한다. 어느 시기를 임종기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유보'도 '중단'과 동일한 수준의 복잡한 서식 절차를 요구한다
인공호흡기와 같은 연명의료를 하다가 철회하는 경우를 '중단'이라고 한다.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이 중단에 해당되며, 2018년부터 시행되는 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면 수일에서 수개월 생명이 연장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을 '유보'라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임종할 때 인공호흡기를 거부하고 돌아가신 상황이 유보에 해당된다. 그런데 김 추기경의 연명의료 거부에 대한 문서는 본인이 아닌 다른 신부님이 서명한 것으로 되어 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하면 이것은 불법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단을 하는데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지만,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유보는 DNR과 같은 간단하 서식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법안은 유보도 중단과 동일한 수준의 복잡한 서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명의료결정법 적용 대상 환자는 일년에 20만명으로 추정된다. 가장 흔한 상황은 환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연명의료 유보 결정이다.

다시 말해 연명의료결정법은 '중단 등 결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유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명의료 중단에 해당하는 사람이 대략 5만명, 연명의료 유보에 해당하는 사람이 15만명 정도 된다. 현행법으로 중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할까 말까를 결정하기 어려운 사람이 15만명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염려하는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연명의료를 결정하는 방식 중 가장 이상적인 안은 환자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의료분쟁이 많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 원칙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본인이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해 결정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유럽과 일본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률은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서류만 유효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가족 중심의 문화가 아직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한국에서 이런 기준은 많은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규제 및 벌칙 조항이 많다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항목을 열거하고, 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네거티브 시스템)여야 하는데, 법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모두 불법으로 규제하려 한다. 또 우리나라는 3년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등 복잡한 벌칙 조항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방어 진료의 일환으로 불필요한 연명의료가 조장될 위험이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타이완에서만 연명의료결정과 관련해 벌칙 조항(벌금)을 두고 있고, 다른 나라는 별도로 규정한 바가 없다.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공모해서 환자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한국은 규제 중심으로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졌다.

많은 법정 문서 작업을 요구한다
국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 연명의료계획서(POLST), 심폐소생술금지동의서(DNR) 등 세가지 서식 중 하나만 작성하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외에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판단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 의사 확인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이행서를 추가로 작성하게끔 요구한다.

이런 문서는 의사 2인 이상의 확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요양병원 등)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요구 사항이다.

또 환자 가족이 의사결정에 조금이라도 관여하게 되면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본인 여부를 의사가 확인하도록 하는 책임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소수의 의사들이 근무하는 요양병원 같은 의료시설에서 2인의 의사가 상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의사 1인의 판단을 전제로 법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을 보면 DNR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하는지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시범사업 기간 중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률은 1.3%밖에 안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DNR 중심으로 이뤄져 왔는데, 앞으로 이것이 인정이 안되다보니 현장에서는 서식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법정 서식 작성이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대한 상담중 환자 의식이 급격히 저하되어 사망한 경우, 주말 중 환자 상태가 악화되어 전문의 서명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연명의료계획서 상담할 시간도 없이 사망한 경우, 환자는 동의했으나 녹취를 시도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녹취를 하고 기록을 남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행하지 못한 경우, 2인 이상의 가족 진술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등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다.

법으로 모든 상황을 규정하려 한다
미국의 경우 연명의료결정법(Patient Self Determination Act )은 2페이지 분량의 선언적 입법이다. 대신 미국의사회의 윤리지침에서 40여 페이지 분량의 자세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다. 법안+시행령+시행규칙+서식을 합치면 40페이지가 넘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 윤리지침은 1페이지다.

연명의료결정은 복잡한 의료 기술적인 문제와 환자, 가족의 가치관을 반영해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에 따르는 모든 문제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진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법을 만들고 집행하겠다며 탁상공론을 반복해온 결과다.

일본의 경우도 환자가 자기결정이 불가능한 경우 환자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의료진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고 있다. 큰 철학적인 부분만 법에서 언급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하는 것을 존중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법은 시시콜콜한 모든 것을 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POLST 기본 정신을 도입하지 못했다
미국은 환자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게 만들어 연명의료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20여년간 법을 시행해도 작성률이 30%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POLST 제도를 도입했다. AD와 POLST의 가장 큰 차이점은 POLST 제도에서는 본인뿐만 아니라 보호자(가족·대리인 등)가 연명의료결정을 대신할 수 있게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법의 연명의료계획서는 미국의 POLST를 번역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본인이 작성한 양식만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실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야 하는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법이 지향하는 것은 연명의료를 어떻게 중단할 것인지, 그리고 유보를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그런데 현장에 있는 의사, 특히 전공의와 얘기를 하다보면 법이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많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연명의료를 조장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사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연명의료를 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동안 이런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크게 개선된 것은 현재로서는 없다.

환자 의사 확인의 어려움이 있다
말기로 진단된 시점에는 대부분 의식 상태가 명료하지만, 임종에 이르면서 서서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되고 의사 확인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어느 시점부터 의사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고 신경학적으로 판단할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또 녹취를 하고 싶어도 녹취를 어떻게 하라는 기준이 없다.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3개월 동안 이뤄진 연명의료 상담 결과를 보면, 병원에 입원한 전체 말기 및 임종기 환자는 300여명이었고, 연명의료 상담은 48명,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8명, 그리고 계획서를 썼지만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한 경우가 2명, 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단 1명에 불과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결정은 환자 본인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 다음 가족들이 일관된 의사를 표명하명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응급상황인 경우는 정부가 응급의료관련법을 우선시한다고 했지만 임종기 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는 각종 서식을 받기가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행 법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DNR의 경우 왜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 환자 및 가족에게 설명하고 받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원에서 더 많은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의료집착이 강하다. 삶을 잘 마무리하는 임종문화가 성숙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법이 안정적으로 시행돼 임종문화에 많은 변화를 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