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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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낙태죄' 헌법불합치 7년 만에 임신중지 약물 정식 도입 추진

임신 9주 내 사용약물 허가심사 중...도입 초기 2년은 의료기관 처방·조제로 한정

작성일 : 2026-09-16 17:45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약물을 도입·관리함으로써,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되며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협해온 요소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올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날 회의에서 성평등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오래됐음에도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지연되며 여성의 건강·안전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의 불법 유통과 대체제 성행,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약물 복용을 선택할 권리의 제한, 시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쌓여왔다는 게 성평등부의 진단이다. 제도가 마련되면 사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안전한 사용과 사후관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절차는 식약처가 맡는다. 현재 식약처에서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수입 임신중지 약물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임신 63일, 즉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신청된 상태다. 식약처는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 품질을 확보하는 한편 '위해성 관리계획' 등 허가 신청자료를 철저히 심사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해성 관리계획이란 시판 이후 이상사례를 수집·평가하고 안전성 정보를 조사하며, 환자와 전문가를 위한 교육자료를 마련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목표로 잡은 유통 시기는 내년 1분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해성 관리계획 등 허가 심사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꼼꼼하게 심사할 예정"이라며 "업체가 물량 확보 등 준비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하에 내년 1분기 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도입 방식은 단계적으로 설계됐다. 복지부는 이날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하되, 부작용과 안전성 검토를 거쳐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방안을 보고했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급여 적용은 제약사가 신청해야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초음파 검사 등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따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쟁점 중 하나는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청소년기의 경우 특히 심리·정서적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보호자 동의 필요 여부는 전체적인 청소년 보호체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번 도입의 의미도 짚었다. "임신·출산이 여성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데,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식으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방안을 발표한 만큼 국가 의료체계 아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이에 따라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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