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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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으로 필로폰 1.36㎏ 제조한 일당 검거…한약사·약국 관계자도 가담

작성일 : 2026-11-03 16:57 작성자 : 신준호 (shinister0107@gmail.com)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해 지난달까지 모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한약사와 약국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감기약을 사들인 뒤 특정 성분을 뽑아내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마약 제조 도구. [서울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든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떠올리게 하는 수법이다. 이들은 한약사와 약국 관계자에게 대량의 감기약을 사들여 필로폰 1.36㎏을 제조했다. 시가로 약 42억원이고, 4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13명을 검거해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까지 모두 검찰에 송치됐다.

 

총책 A씨 등 5명은 작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감기약에 든 슈도에페드린 성분에 황산, 염산 등을 섞어 가공하는 방식이었다. 나머지 8명 가운데 한약사 B씨와 약국 업주 등 6명은 제조를 돕고 방조한 혐의를, 2명은 제조에 쓰인 유해 화학 물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A씨가 필로폰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기약을 팔았다.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감기약 1만610통(63만6천600정)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동료인 약국 실장 C씨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사 자격 없이 A씨에게 감기약을 판매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이 만든 필로폰 1.36㎏과 제조용으로 보관하던 슈도에페드린 635g, 마약 제조 도구, 유해 화학 물질을 압수했다. B씨 등이 감기약을 팔아 얻은 범죄수익 1억3천만원도 환수했다. 제조된 마약은 시중에 유통되기 전에 모두 압수됐다.

 

A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에도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들다 수감됐고, 출소 후 돈을 벌 목적으로 '감방 동기'들을 모아 다시 범행에 나섰다.

 

일당은 유치권 분쟁으로 수년째 비어 있던 아파트에 마약 '공장'을 차렸다. 폐쇄회로(CC)TV와 주차 차단기를 달아 외부인 출입을 막았고, 제조 도구와 약품을 둘 별도 창고도 마련했다.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에 나섰지만 처음 섭외한 마약 기술자는 5개월 동안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기술자를 새로 들였고, 이 기술자가 작년 10월부터 8개월간 필로폰을 제조했다. 일당은 해외 논문과 과학 실험 영상, 유사 범죄 판결문을 참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는 작년 12월 접수된 제보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잠복과 압수수색을 거쳐 올해 6월부터 피의자를 검거했다.

 

제도상 허점도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슈도에페드린의 판매량을 제한하고 구입 목적을 확인하는 관리 방안을 시행 중이지만,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어 쉽게 마약류 제조에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식약처에 해당 감기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전환 지정해 달라고 의뢰했다. 대한약사회에는 감기약 판매 시 주의사항 안내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마약류 제조에 악용될 수 있는 의약품과 유해 화학 물질의 유통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 마약류 불법 제조를 차단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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