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저출산 대책' 논의는 제자리 걸음…"정치적 결단 필요"
작성일 : 2024-02-28 16:11 작성자 : 최정인 (jung_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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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 합계출산율 0.6명대로 급락…'1호 인구소멸국가' 우려도
이례적인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도 24만 9,200명보다 1만 9,200명(7.7%) 감소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2016년 40만 6,200명이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7년 만에 23명으로 급감하며 25만 명 선도 무너졌다.
또한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전년보다 0.4명 감소한 4.5명으로 집계됐다.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전년 0.78명보다 0.06명 줄어든 0.72명으로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정점으로 8년 연속 가파르게 내려앉고 있다. 특히 2021·2022년 각각 0.03명이었던 하락 폭도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커지는 등 하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4분기 출생아 수는 5만 2,618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905명(6.9%) 줄었다. 작년 12월 출생아는 1만 6,253명으로 1년 전보다 643명(3.8%) 감소했다.
국내 저출산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작년 12월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혼인 건수가 다시 회복되면서 출산율이 개선될 수도 있다는 견해 내놓았다. 다만 동시에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등과 같은 출산 기피 현상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최근 3년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 감소 폭이 컸다"라며 "코로나19 당시 혼인 건수가 많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혼인 건수 증가가 출산율 개선의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과장은 "혼인 건수 증가가 출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어서 합계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라면서도 "혼인을 한 뒤 출산을 안 하는 경향이 늘고 있어서 혼인 건수가 출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과거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출생아 수는 작년 23만 명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합계출산율도 작년 추계치에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 총선‧의대 증원 이슈에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 실종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저출산 상황 속에서 여전히 '파격적인 저출산대책'에 대한 논의는 진척이 없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작년 12월 14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총선과 의대 증원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 2년 가까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의 수정판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존 기본계획을 수정하며 저출산 대책을 내놓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을 올해 초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위원회가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인사를 단행하면서 재정비 중이기 때문이다.
홍석철 상임위원은 지난달 여당의 공약개발본부 총괄공동본부장이 되었고, 사실상의 수장인 부위원장도 지난달 12일 교체되는 등 위원회 내부 교통정리가 늦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저출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화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부 부처 간 갈등 등으로 비화할 여지가 있어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육아휴직 확대 등 저출산 대책에 11조 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주요 재원인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끌어다 쓰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교육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평가모니터링센터장은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단의 조치나 특단의 사업 차원을 넘어 특단의 '정치적 결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 1,000억원에서 2012년 11조 1,000억 원, 2016년 21조 4,000억 원 등으로 늘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2년 2.39%로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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