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9-15 17:48 작성자 : 김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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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울미즈병원 프로미스IVF 박향기 과장 |
최근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을 고민하는 부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난임 상담 현장에서는 항뮬러관호르몬(AMH) 수치가 유독 낮게 나와 크게 낙담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0.5, 0.2, 0.1처럼 소수점 단위의 숫자 하나가 마치 임신 가능성 전체를 결정짓는 것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AMH는 난소 안에 남아 있는 원시 난포의 양을 가늠하는 지표다. 여성은 태어날 때 이미 평생 쓸 난포를 모두 지니고 태어나며, 나이가 들수록 그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통상 AMH가 1.0ng/mL 이하로 떨어지면 난소기능저하로 분류하고, 0.5ng/mL 미만인 경우는 진료 현장에서 편의상 '극도의 난소기능저하(극난저)'로 구분해 부른다. 다만 이는 공식 진단명이라기보다 임상에서 통용되는 표현에 가깝다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극난저의 원인은 다양하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화가 가장 흔하지만, 그 외에도 조기난소부전이나 자궁내막증·난소 낭종 수술 이력, 항암 치료 경험, 유전적 요인,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자가면역질환, 흡연과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도 난소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젊은 나이에도 뚜렷한 원인 없이 난소 기능이 저하되는 사례 역시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극난저가 곧 임신 불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AMH는 현재 남아 있는 난포의 '양'을 보여줄 뿐, 매달 배란되는 난자의 '질'이나 그 달의 성장 가능성까지 예측해 주지는 못한다. 생리가 규칙적이고 배란이 이루어지며 나팔관과 자궁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면, 자연임신을 시도해 볼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임신은 결국 건강한 난자 단 하나만 있어도 성립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은 중요한 변수다. 난소 기능은 한 번 저하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결혼이 늦었거나 임신 시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면, 수치에 지나치게 매몰되기보다 지금 시점에서 가능한 선택지를 살펴보고 결정을 미루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험관 시술을 결정했다면 접근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생리 시작 2~3일째 초음파로 그 주기에 자라고 있는 동난포 수를 확인한 뒤, 여러 개가 관찰되면 배란유도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난포가 거의 보이지 않는 달에는 무리한 과배란보다 자연주기 요법이나 최소 자극 방식을 선택하는 식이다. 극난저 환자에게는 매달 획일적인 방법을 반복하기보다, 그 주기의 난소 반응에 맞춰 처방을 유연하게 바꿔가는 것이 임신 성공률을 좌우한다.
한 번에 채취되는 난자 수가 적다면 '배아 모으기'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매달 한두 개씩 난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뒤 유리화 동결 방식으로 배아를 안전하게 저장해 두었다가, 자궁 내막 환경이 가장 좋은 시기에 한꺼번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착상전유전검사(PGT-A)를 함께 진행해 염색체 이상이 없는 배아를 선별하면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유산 위험은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한 주기 안에서 난포 성장기와 황체기에 각각 2번 난자를 채취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의 몸 관리와 마음가짐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과격한 운동보다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는 편이 호르몬 균형에 도움이 된다. 임신 성공률이라는 숫자에만 쫓기다 보면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고, 오히려 자궁과 난소에 부담을 준 채로 다음 시술을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서울미즈병원 서울미즈병원 프로미스IVF 박향기 과장은 "극난저는 단지 남은 난자 수가 또래 평균보다 적다는 것을 의미할 뿐, 임신 가능성이 '0'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난포가 전혀 보이지 않는 달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하게 뒤늦게 난포가 자라거나 여러 개의 동난포가 함께 관찰되는 달도 있다. 그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난임 전문의와 치료 방향을 계속 조율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