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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참고 방치하면 악화…항문외과서 PPH 수술로 통증 줄여야

작성일 : 2026-09-16 17:37 작성자 : 오두환

사진 일산 한솔학문외과 이종근 대표원장


치질은 치핵과 치열, 치루, 항문농양 등 항문 주변에서 나타나는 여러 질환을 아우르는 표현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치질이라 불리는 사례 대부분은 치핵을 가리킨다. 국내 성인 상당수가 평생 한 번쯤은 항문 불편감을 겪을 만큼 치질은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질환으로, 매년 수십만 명이 이 문제로 병원을 찾는다. 그럼에도 병변이 나타나는 부위의 특성상 병원 방문을 미루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과 결합조직으로 이뤄진 쿠션층이 반복적인 압력에 눌려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오랜 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사무직, 잦은 변비나 설사로 배변 시 힘을 과도하게 주는 습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복압 상승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잦은 음주, 운동 부족도 항문 주변 혈류를 정체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초기 치핵은 배변 후 살짝 비치는 출혈이나 미세한 이물감 정도로 그쳐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가려움증, 따가움, 배변 후에도 남는 잔변감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치핵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항문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문제는 증상을 인지하고도 부끄러움이나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항문외과 방문을 미루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진료 자체를 꺼리다 보니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게 되고, 그만큼 치료 과정도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치질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행 정도와 동반 증상에 따라 치료 방침이 크게 달라지므로, 스스로 판단해 걱정하기보다 항문외과를 찾아 정확한 진찰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치핵은 치상선을 기준으로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 양쪽에 걸쳐 나타나는 혼합치핵으로 나뉜다. 임상에서는 조직이 밀려 나오는 정도에 따라 1도부터 4도까지 단계를 구분해 치료 방향을 정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1도는 치핵 조직이 항문 안에서만 부풀어 있는 상태로, 배변 시 소량의 출혈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2도로 넘어가면 배변 중 조직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힘을 빼면 저절로 들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3도는 밖으로 나온 조직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제자리로 돌아가는 상태이며, 4도는 손으로 밀어도 되돌아가지 않고 항상 노출된 상태로 남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진행된 단계다.

 

1~2도의 초기 치핵은 좌욕과 식이섬유 섭취, 배변 습관 교정, 국소 연고나 좌약 사용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반면 3도 이상으로 진행됐거나 출혈과 탈출이 반복되는 경우, 혈전이 동반된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예전에는 돌출된 치핵 조직을 하나하나 잘라내고 봉합하는 절제 방식이 표준이었지만, 이 경우 수술 후 통증이 크고 회복까지 4~6주가량 걸려 환자들이 수술을 미루는 주된 이유가 되곤 했다.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PPH(Procedure for Prolapsed Hemorrhoid) 수술이다.

 

PPH 수술은 특수 제작된 원형 자동문합기로 늘어진 점막과 치핵 조직을 정상 위치로 끌어올린 뒤, 통증 신경이 몰려 있는 치상선보다 2~3cm 위쪽에서 조직을 절제하고 동시에 봉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제와 봉합이 한 번에 이뤄지는 만큼 수술 시간도 20분 안팎으로 짧은 편이다.

 

통증 신경이 적은 부위에서 시술이 이뤄지는 덕분에 기존 절제술보다 수술 후 통증이 크게 줄고, 회복 기간도 2주 안팎으로 단축된다.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항문 괄약근과 쿠션 조직 손상이 적어 수술 후 배변 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다만 PPH 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치핵의 위치와 크기, 다른 항문 질환 동반 여부,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절제술이나 다른 수술법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항문외과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거쳐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일산 한솔학문외과 이종근 대표원장은 "치질은 부끄러워하며 참을 질환이 아니라 방치할수록 치료가 복잡해지는 질환"이라며 "배변 시 출혈이나 이물감, 통증이 반복된다면 미루지 말고 항문외과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PPH를 비롯한 치질 수술은 항문의 미세한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숙련된 의료진에게 받는 것이 회복 속도와 결과 모두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