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9-17 17:37 작성자 : 우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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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파티마외과 김승욱 원장 |
치질은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항문 부위에 생기는 여러 질환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치핵, 치열, 치루가 모두 치질에 속하지만 이 중 항문관 내부 혈관 조직이 늘어져 밀려나오는 치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흔히 치핵을 치질이라 부른다. 항문 부위 특성상 병원 방문을 미루는 환자가 많아, 초기 증상을 방치한 채 병을 키운 뒤에야 항문외과를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치질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라기보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쌓여 발생하는 질환에 가깝다. 변비로 딱딱한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 반대로 잦은 설사로 항문 점막이 자극받는 경우, 오래 앉아 있는 직업 환경이나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장시간 앉아 있는 습관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잦은 음주와 자극적인 음식, 부족한 수분 섭취 역시 변 상태를 악화시키고 항문 점막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증상에 따라 의심할 수 있는 질환도 달라진다. 휴지나 변기에 선홍색 피가 묻어난다면 치핵이나 치열을, 배변 시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이 이어진다면 치열을 의심할 수 있다. 항문 밖으로 조직이 튀어나오는 탈항 증상은 치핵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며, 고름이나 분비물이 동반된다면 치루나 농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증상만으로 수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출혈이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나타났는지, 통증이 배변 후에도 이어지는지, 튀어나온 조직이 저절로 들어가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항응고제나 혈액순환제 등 복용 약물도 출혈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짚어야 할 항목이다. 이후 항문수지검사와 항문경 검사를 통해 치핵의 위치와 크기, 치열의 깊이 등을 직접 확인한 뒤 치료 방향을 정한다.
치핵은 조직이 밀려나온 정도에 따라 1도에서 4도까지로 나뉜다. 치질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수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환자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2도 초기 단계라면 좌욕과 약물치료, 배변 습관 교정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좌욕은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류를 개선해 통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다만 3~4도까지 진행됐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 조직이 반복적으로 빠져나오거나 출혈과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도 질환의 종류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지는데, 치핵은 늘어난 조직을 정리하는 것이, 치루는 염증이 만든 통로를 정확히 찾아 처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따라서 병원을 고를 때는 비용이나 회복 기간보다 진단의 정확성과 수술 후 관리 계획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로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수술 후 생활습관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배변 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 것, 무리하게 힘주지 않는 것,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음주와 자극적인 음식은 항문 혈관을 확장시키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어 절제가 필요하며, 수술 직후에는 과격한 운동이나 장시간 운전도 피해야 한다.
치질은 통증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출혈이나 이물감처럼 작은 신호라도 반복된다면 방치하기보다 항문외과를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진행 단계를 조기에 파악할수록 치료 선택지도, 회복 과정도 한결 수월해진다.
성남 파티마외과 김승욱 원장은 "치질은 증상을 참고 미룰수록 조직 섬유화가 진행돼 치료 범위가 커지고 회복도 더뎌지는 경향이 있다"며 "출혈이나 통증이 반복된다면 자가진단으로 넘기지 말고 항문외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단계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질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진행 정도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특히 수술 후에는 배변 습관과 생활 관리가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사후관리까지 꼼꼼히 안내하는 항문외과를 선택하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